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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최초의 집』(유어마인드, 2018)

서문


집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아빠가 지은 집에서 태어나 아파트와 다가구,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 원룸,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집을 두루 경험했다. 지금 살고 있는 열두 번째 집은 46년 된 연립주택으로, 밝고 여유롭고 따뜻하다. 나는 늘 집이 사람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어떻게 생활을 바꾸는지 궁금해했다.

편집자에게 사람들이 처음 살았던 집에 대한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길게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고 답했다. 건축을 전공한 뒤로 집과 내가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해왔지만 다른 가족과 타인의 생활을 경험할 수 없음이 늘 아쉬웠다. 집에서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지, 주로 어디에서 머무는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는지, 그곳이 어디인지, 집에 살며 생긴 독특한 습관이 있는지, 손님을 집에 어느 정도로 초대하는지 이런 사소한 것들을 통해 사람들이 집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우리가 처음 살았던 집에 관한 책이다.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집에 살았던 열네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집을 겪은 '사람'보다는 집과 사람의 '관계'에 더 집중했고, 관계 맺음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에 실린 열네 채의 집은 건축가가 이상을 담아 지은 집이 아니다. 그중에는 1958년생 심현숙 씨가 살았던 초가지붕의 농촌주택이나 거실에 다다미가 깔린 이수찬 씨의 일식 주택처럼 낯선 집도 있고, 붉은 벽돌의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처럼 익숙한 집도 있다. 때로 낯선 집에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익숙한 집에서 낯선 생활 방식을 발견하기도 했다. 인터뷰이 대부분이 나처럼 태어난 집을 일찍 떠났지만, 오준섭 씨는 태어난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살았고 한승희 씨는 태어난 집에서 계속 살고 있다. 살았던 집에 애착을 갖고 자주 돌아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이런 기억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에 비추어 많은 집을 경험했고 집을 꽤 안다고 자부해왔지만 인터뷰마다 나의 이해와 지식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 모든 집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세계였다.

열네 명의 인터뷰이는 직접 그림을 그리며 집의 구조를 설명하고 기억을 세세하게 들려 주었다. 인터뷰 후에 집의 모습을 담은 어릴 적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이미 사라진 집은 어쩔 수 없이 인터뷰이의 기억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열 채의 집은 직접 찾아가 현재의 모습을 확인했다.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신문 기사를 조사하고 비슷한 유형의 집을 다룬 책을 찾아 읽었다. 그렇게 구성한 이야기를 열네 편의 글과 마흔한 장의 그림으로 기록했다.


'최초의 집'을 태어나자마자 살았던 집으로 엄격하게 한정하지 않았다. 한두 살에 이사해 첫 기억을 가진 두 번째 집 이야기도 있고, 잦은 이사 후에 부모님이 처음 장만한 집의 기억도 담겨 있다. 누구나 최초의 집을 선택할 수 없고 우연히 주어진다는 점에서, 인터뷰이는 자신의 집에 책임이 없다. 누구에게든 "당신은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났습니까?"라고 물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는 걸까' 안심이 되지 않아 진정하려 애썼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인터뷰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1. 농촌주택

- 심현숙(1958년생, 자영업, 김포)

- 이명현(1983년생, 디자인 회사 직원, 통영)

- 박현태(1985년생, 건축설계, 나주)

2. 도시 단독주택

- 이수찬(1977년생, 스윙 댄서, 서울)

- 오준섭(1988년생, 사진가, 서울)

- 한승희(1982년생, 바리스타, 서울)

3. 상가주택

- 남명화(1989년생, 약사 겸 학생, 부산)

4. 다가구주택

- 황효철(1977년생, 건축사진 작가, 부산)

- 조운광(1985년생, 회사원, 포항)

5. 연립주택

- 정수경(1984년생, 교사, 서울)

6. 계획도시의 아파트

- 허진아(1989년생, 수학강사, 창원)

- 라야(1989년생, 비디오그래퍼, 서울)

7. 아파트 키드, 복도식 아파트

- 장재민(1985년생, 그래픽디자이너, 서울)

- 김민(1989년생, 디자이너, 서울)



유어마인드, 2018.